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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75 호 혐오시설 거부하는 님비, 공동체의식 강화 필요

  • 작성일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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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095
박영서

                                                                                                강서구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강서포스트뉴스)

집값 떨어져”, 특수학교 거부하는 님비현상


 2015년도, 서울시 교육청이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발표하자 해당 지역주민들은 혐오시설을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집값 하락,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주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부산대교육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특수학교 설립은 그 지역의 집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인에 의한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낮다. 이처럼 특수학교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로 낙인찍혀왔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반대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특수학교 개교는 미뤄져 2019년 현재까지도 개교가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서울시 강서구의 사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수학교에 이어 특수학급 설치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학급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화되어있지만 지키지 않았는데, 처벌 조항이 없어 여러  학교에서 특수학급 설치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은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침해받고 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8만 명 이상이지만 장애학생 특수학교 진학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교육의 권리 더 나아가 행복추구권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애학생들은 근처에 특수학급, 학교가 없어 멀리까지 다녀야 하거나 아예 교육을 받지 못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교육은 침해할 수 없는 필수적인 권리이다. 장애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장애학생들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동네 집값이라는 개인의 이익에만 몰두해 그 권리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쓰레기 처리장 설치를 막는 이기주의 


 이처럼 개인의 이익만을 중시해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하는 것은 님비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님비현상은 ‘Not in my background’의 준말로 즉 내 뒷마당에서는 안 돼.’라는 뜻이다. 장애인 시설, 쓰레기 처리장 등 혐오시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이다. 공익을 위한 일이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인 것이다. 이때 혐오시설은 지역 주민에게 공포감이나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됨으로써 집값이나 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쓰레기 산 문제는 대표적 혐오시설인 쓰레기 처리장이 원인 중 하나이다. 쓰레기 처리장은 쓰레기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점과 환경 오염 논란을 이유로 혐오시설에 속한다. 지난 2월 경남 남해군은 폐기물 처리장을 공모하며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총 10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제시했다. 또한, 남해군의 매립장 사용기간이 공식적으로 만료되어 시급한 상황이지만 신청 마을이 없다.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들에서도 쓰레기 처리장은 님비현상으로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 소각장 등 쓰레기 처리장은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다. 쓰레기 처리장이 없어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곳곳이 쓰레기로 쌓이게 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경기도 의성군에는 제때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모여 방치되었고 결국 국비를 들여 그동안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게 되었다.

                                                       ▲경기도 의성군의 쓰레기 산                                                        (출처: 네이버 포토뉴스)

님비 아닌 상생으로 나아가야 할 때


 이런 님비현상은 공유지의 비극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유지의 비극 이론이란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목초지가 주어졌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목초지의 한계치를 넘어선 수의 양을 방목했고, 그 결과 목초지가 황무지로 변했다는 이론이다. 이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극대화하는 것이 결국 공동체의 비극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님비현상도 개인이 조금씩만 양보했으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지만 개인의 이익만 추구해 국가, 우리 사회의 손실을 입게 되는 현상이다. 이렇듯 공유지의 비극처럼 우리 사회에 부정적이 결과를 초래하는 님비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재를 마음대로 사용 가능한 주인없는 것이 아닌 나의 것으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공유지의 비극의 경우 마을의 공공재인 목초지를 무분별하게 남용했는데 이는 마을의 자원이 곧 나의 자원이라는 인식의 부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졌다면 자원을 마구잡이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공공자원이 남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며 그 손실이 곧 내 것의 손실이라는 주인의식 함양이 요구된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졌을 때 원만한 합의를 통해 님비현상을 극복할 수 있고 다 함께 잘 살아가는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