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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74 호 정신병, 개인의 병인가 사회의 병인가

  • 작성일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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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746
박영서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로 드러나면서 크게 논란이 된 진주 방화 살인사건은 제도상의 허점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내재된 편견을 보여주었다. 그 편견, 혐오, 낙인 등 과 함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예방 부재, 예견된 범죄

   지난 4월 17일 새벽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묻지 마 범죄가 발생했다.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아파트 계단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공격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총 18명이 숨기거나 다쳤다. 
 안 씨의 이런 범행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범죄가 아니라 그동안 여러 조짐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가 지난해부터 같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부터 안 씨의 이상 증세는 심해졌는데, 주민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오물을 뿌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고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언제 범죄를 저질렀다 이상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두려움 속에서 생활한 셈이다.
  이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대입해 설명할 수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 사고와 관련된 작은 사건이 수차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큰 사건이 갑작스럽거나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소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주 방화 살인사건을 보면 평소 안 씨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상행동을 여러 차례 보였고 이로 인한 갈등도 존재했다. 또한, 조현병에 대한 치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전조증상을 간과한 결과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진주 방화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사소한 문제라도 간과하고 지나치면 되돌아 올 수 없는 사고로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작은 사고라도 그 사고가 발생한 본질적인 사회, 환경의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전 안씨의 행동이 여러차례 문제가 되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이 진주방화 살인사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경찰은 안씨의 정신병 치료 기록과 이전에 치료감호소 수감 명령 기록 등을 사전에 몰랐다. 또한, 해당 지역 보건소의 중증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내에서도 안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처럼 제도상의 한계들로 인해 작은 징후들이 있었음에도 큰 사건을 미리 예방하디 못한 것이다.
 
정신병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사회

   이와 더불어 해당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점은 피의자 안 씨가 조현병 환자이며, 범죄를 저지르기 전 2년 9개월간 조현병에 대한 치료를 중단했다는 점이다. 조현병이란 정신분열증으로 왜곡된 인지, 비정상적인 사고와 행동 등을 불러일으키는 정신장애를 의미한다.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인데 드러남에 따라 조현병 환자들이 벌인 범죄가 두드러지게 보도되었다. 이에 따라 심신 미약하게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 사람의 범죄율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인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발생한 전 인구의 범죄율은 3.93으로 2배 이상 차이 났다. 그리고 강력 범죄의 비율도 정신장애인의 경우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인 0.065보다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을 비롯해 정신병에 대한 염려가 큰 것은 그동안 우리사회에 내재해왔던 사회적 편견같은 현실적인 장벽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정신실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하여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었고 정신질환을 수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풍토는 적극적인 치료로 극복하기 보다는 숨기기 급급하게 만들었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치료만 하면 나아질 수 있는 병을 숨기게 되서 오히려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밝히고 치료하는 사회 되어야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실적으로 정신질환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 수 없는 제도의 한계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편견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제도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에 있으면서 전과 등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전과자에 대한 정보가 경찰 즉 수사당국에 즉각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이는 인권문제와 상충되어 입건되지 않으면 피신고자의 구체적인 정보 즉 전과, 의료기룍 등을 확인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병 환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경찰들이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이다. 정신질환 환자들의 정신병이 사회에서의 낙인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방인으로 배척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정부 차원 혹은 지역단위의 차원에서 캠페인이나 홍보를 이용해야 한다. 정신질환이 치료가 가능하고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신질환자들은 겉보기에는 일반인과 같지만 마음의 병이 있기에 세심한 배려와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정신질환자를 알고 존중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과거부터 고착화된 정신병에 대한 혐오, 두려움 등의 편견이 한 번에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서서히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질환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치료받고 사회에서는 이를 포용하고 나아가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