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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72 호 10년 간 숨겨진 진실 이제는 밝혀져야 할 때

  • 작성일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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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111
이희수

▲국민 청원에 올라온 재수사 요청


2019년 03월 12일 “故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그리고 청원이 시작된 지 10일 만에 68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사건은 10년 전인 2009년 03월 탤런트 고 장자연씨가 사망하면서 남긴 문건에서 유력인사들의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며 수사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었다. 

수사 과정 중의 의문들
장자연씨의 사망 이후 이 사건에 대한 5개월의 검·경 수사가 이뤄졌다. 이 수사에서는 의문점들이 많았다. 문건에 드러난 사람들은 하나도 기소가 되지 않았고, 소속사 사장과 매니저만 각각 ‘폭행 및 협박’ ‘명예훼손’으로 징역 4월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문건에 언급됐던 조선일보 일가가 장자연씨와 통화한 사실, 술자리에서 만난 사실이 밝혀졌지만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다.
의문이 드는 건 이뿐이 아니다. 과거 수사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부당함과 부실함에 대해 논란이 이어져오고 있다. 윤지오씨가 이 사건에 관해 계속된 증언을 하면서 낸 책인 “13번째 증언”에 따르면 윤지오씨가 수사를 받으러 간 시간대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새벽이나 아침까지 조사를 받았고, 분위기가 굉장히 강압적이고 마치 죄인의 느낌을 줬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생활 침해도 있었다고 한다. 참고인 조사를 할 때 윤지오씨의 통장내역 조회와 잔고 체크를 하고 심지어 윤지오씨의 부모님 잔고까지 체크를 해 윤지오씨 아버님이 낸 세금이 본인(수사경찰)의 연봉보다 많다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또한 수사의 부실함도 지적했다. 정확하게 이 두 줄이 무슨 이야기인지 윤지오씨는 밝히지 않았지만 문건에 언니가 자필로 쓴 딱 두 줄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그 두 줄에 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나가버린 공소시효
이렇게 부실 수사와 수사과정에서의 부당함, 그리고 의문들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 사건은 10년의 시간을 지나왔다. 과거 수사가 진행됐던 성접대 강요, 강제추행 등 혐의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10년 이하이고 장자연씨 사망 후 진행된 수사 과정에서 직권남용(7년)이나 직무유기(5년)가 있었더라도 이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다. 이젠 입증돼도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윤지오씨의 용기로 국민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어 관련 국민청원이 대통령에게 전해졌고, 문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주기 바란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침묵하던 과거 장씨와 같은 소속사였던 배우 이미숙이 입을 열면서 사건은 진실로 다가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우리 사회가 고 장자연씨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반성해야할 것들이 많다. 먼저 제2의, 3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법체계를 더 단단히 해야 한다. 당시 배우의 꿈을 안고 소속사에 들어왔지만 부당한 계약 때문에 대표의 강요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는 당시 힘없던 배우지망생의 꿈을 짓밟았다. 여전히 연예계 많은 곳에서는 부당한 계약을 통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더 이상의 부당 계약의 끈을 끊어야 한다.
또한 과거의 경찰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한다. 이 사건의 진상조사단은, 당시 검찰은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한 것이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었던 핵심목격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하면서도 그 동기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위 핵심목격자의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처분한 것은, 증거판단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고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경찰과거사위원회는 진상조사단의 증거관계와 진술에 대한 비교·분석이 면밀히 이루어졌고, 수사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타당하며, 공소시효가 임박하였으므로 검찰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사건을 재기하여 재수사를 통해 사안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으며 이에, 위원회는 진상조사단의 의견을 수용하여 위와 같이 재수사를 권고하였다. 과거의 잘못은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는 수사과정 중 부조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법안을 보안해야 한다.

▲윤지오 씨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모습 (출처:파이낸셜뉴스)
우리는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어렵게 진실의 일부를 보게 되었다. 윤지오씨의 용기와 국민들의 움직임이 함께 쌓여 진실을 보게 되었다. 진실이 밝혀지고 더 이상 “장자연 사건”이 아닌 “가해자 000 사건”으로 불릴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