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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56 호 죽음으로 드러난 노동의 현실, 런베뮤와 과로사

  • 작성일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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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3
이은탁

죽음으로 드러난 노동의 현실, 런베뮤와 과로사


  지난 7월 16일,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일하던 20대 남성이 과로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직원은 사망 당시 입사 14개월 차로,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본사 및 사망한 직원이 일하던 인천 지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사건의 발생 원인과 본사의 대처


▲ 런던베이글뮤지엄 본점 (사진: https://www.msn.com/ko-kr/shopping/%EC%9D%BC%EB%B0%98/300%EC%9B%90%EC%A7%9C%EB%A6%AC-%EB%9F%B0%EB%B2%A0%EB%AE%A4-%EC%A2%85%EC%9D%B4%EB%B4%89%ED%88%AC%EC%9D%98-%EB%AC%B4%EA%B2%8C/ar-AA1PXSpF)


  높은 퀄리티의 베이글과 세련된 영국풍 인테리어로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브랜드인 '런던베이글뮤지엄', 그러나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심각한 노동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직원은 26세 남성 정호원 씨로,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함께 살던 동료들이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9분 만에 도착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스케줄표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 직전 2~12주 평균 근무시간은 노동법상에 명시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긴 58시간, 사망 직전 1주 근무시간은 무려 80시간에 달한다. 고인은 사망 나흘 전인 7월 12일 인천점이 새로 개점하면서 이에 동원되어 과도한 근로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아 스케줄표에 기록된 시간 이외에도 퇴근 후에도 개별적으로 업무를 보거나 끼니를 거르는 등 더 많은 근로를 했다고 알려졌다. OECD 기준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돌연사의 가능성이 크게 상승한다고 한다. 또한 고인은 사망 직전 1주간 80시간을 일하면서 잠자는 시간 이외에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여 근무일 사이에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고인은 이 역시 보장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런던베이글뮤지엄 본사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초기 보도가 나왔을 당시 본사는 주 80시간을 일했다는 유족 측의 주장을 정면 부인하며, 고인의 평균 근로시간이 44.1시간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였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사진 (사진: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3311753)


노동자 건강 실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근무·교대근무·장시간근무를 하는 야간 고정 노동자들은 일반 근무자 대비 건강문제 발생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전체 임금근로자 38,599명 중 야간·교대·장시간 근무를 하던 집단이 6,102명(15.8%)이었고, 이 집단이 눈의 피로, 근골격계 통증, 위장장애, 수면장애 등을 더 자주 호소했다. 


  특히 새벽배송 등 심야 물류업종은 이 건강 문제의 중심에 있다. ‘쿠팡 새벽배송노동자의 불안정성과 과로 구조’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기사들은 평균 배송 시간이 약 8시간 39분, 근무 시작이 22시~7시 사이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65.1%가 업무 만족감을 표현했지만, 30.3%는 수면부족·고강도노동·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외에도 택배·물류 현장의 야간고정 노동자는 수면장애, 시력저하, 위장장애 등을 겪고 있다. 야간·심야 노동이 단순히 피로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2024년 발표한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저임금·노동법 위반과 함께 건강 이상 응답률이 높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통계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그 보호망이 현장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통해 본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법의 실효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각종 규제는 존재하지만, 이를 실제로 지키지 않는 산업 환경 속에서 과로사는 반복된다.


  정부는 2025년부터 표준 근로계약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심야노동 종사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독 인력 확충과 위반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는 관행을 멈춰야 하며, 소비자 또한 빠른 배송과 긴 영업시간의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노동자의 죽음은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법과 현실의 간극이 빚은 구조적 문제다. 


이은탁, 박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