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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5 호 [기자석] 연구·회계비리에 파산까지, 사학 변화해야

  • 작성일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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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람

작년 10월 2일 취임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월 7일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맞아 사학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교육부의 사립대학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육부는 교수가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하거나 해외 부실학회에 참석한 사안에 대해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하며 이번 6월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5월 7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학교 회계부분감사를 통해 교직원 퇴직 선물비용과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고려대 학생들은 “대학 본부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등록금 돌려내라”며 항의했고 교육부의 ‘사학비리 근절’ 기조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교육부는 그 일환으로 교육부와 소속·산하기관, 사립대 등 감사에 전문가 단체 및 협회 등의 추천을 받은 사람과 일반 국민 중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15명을 시민감사관으로 위촉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도적 쇄신이 의미하는 바가 없진 않겠으나 교육부가 말하는 ‘사학 혁신’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균등한 시민교육의 발전과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지만 “국민은 개돼지”라고 발언하며 그 기능을 교육부 고위공직자가 스스로 부정한 이후에도 교육부는 자기 몸에 흠집 내길 계속했다.


‘사학 비리’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었다. 1963년 사학법이 제정된 이후 끊임없이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현재진행중이다. 법인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않고 사익만 추구한다는 지적은 일견 맞는 말이고 자체적인 개혁도 필요하지만 사학 사회 내의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은 행정부와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부는 사과나무 아래 누워 사과가 떨어지길, 썩은 우물에 가만히 걸터앉아 알아서 맑아지길 기다리는 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 5월 22일 명지대학교 법인인 명지학원은 분양대금을 갚지 못해 채권자에 의해 파산 신청을 당해 재학생들은 학교의 존폐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파산 선고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법원에 전했지만 만약 법원이 파산 선고를 할 경우 명지학원과 법인이 운영하는 명지초·중·고와 명지대, 전문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학원회계가 무너졌다고 하더라도 대학운영에 사용되는 교비회계는 법인과 별개이기 때문에 폐교될 가능성은 낮다.


이번 명지학원 파산 문제도 사학계의 구조적 문제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2007년 명지학원 이사장이 교비 727억여 원을 횡령하고 재단에 1,735억여 원의 손해를 끼쳐 2012년 횡령 및 배임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사학 비리 문제가 매년 쏟아짐에도 교육부는 적극적인 대책 및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번 고려대 교비 횡령에도 학교 당국은 대부분 주의·경고로 마무리했다.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회계비리 재발방지 방안을 강구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교육부와 학생 모두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감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를 비롯한 사립대학 111곳이 종합감사를 받은 적 없다.명지학원 감사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이러한 부채 상황을 알았으나 ‘기관 경고’에 그쳤고, 법인에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산 신청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지난 24일 교육부 정책연구 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 방안을 중심으로’가 서울신문을 통해 보도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28개 대학에서 설립자의 손자·손녀가 3대 이상 이사장이나 총장 등을 맡고 있다. 이중 경성대, 고려대, 우송대는 4대째 대물림 중이며 전국 299개 사립대 학교법인 중 설립자, 임원, 총장 친인척이 교직원 등으로 근무하는 학교는 194개교(64.9%)이다. 이 보고서는 후손의 운영권 독점이 비리의 요인 중 하나이며, 친인척 비율 제한을 강화하는 등의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고려대나 명지대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문제는 학교당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학생과 교직원의 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시민감사관제도 도입, 종합감사 등 감사 강화로만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교육부의 지나친 사학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 역시 사학의 감사가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 구조조정과도 유리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사립대 공영형 전환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유은혜 장관이 언급한 문 정권의 ‘사학 혁신’이 커다란 기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유은혜 장관은 여러 차례 사학비리를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정책을 내놓진 못했다. 따라서 정부는 학생과 교직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공립대와 ‘부패사학’을 혁신하면서 사학과 교육부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