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675 호 [교수칼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 작성일 2019-05-30
  • 좋아요 Like 1
  • 조회수 4552
이해람

서지용 교수 (경영학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금융최근 금융의 모습이 많이 바뀌고 있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 플랫폼에서의 거래횟수가 크게 늘고 있으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금융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앞으로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지적이 과장되지 않은 듯하다. 혹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한 금융거래가 늘고 있는 현 시대를 ‘디지털 금융 노마드(nomad)’의 시대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금융거래 접근성과 편의성이 중시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금융업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로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IT기술수준에 달려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력을 금융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다수 금융전문가들도 금융의 중심이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금융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모멘텀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디지털 핵심기술은 금융의 영업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은행의 고비용 송금방식을 변화시켰다. 스페인 최대은행인 산탄데르(Santander)는 블록체인 기반 국제송금 솔루션 업체인 리플(Ripple)을 통해 송금시간 단축과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AI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시스템도 금융투자회사들의 사업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자산운용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고소득층의 전유물이던 고액 자산운용 서비스 거래비용을 대폭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기술도 충분한 담보와 신용이력이 없는 사람들의 대출심사를 가능하게 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보험료 산정, 보험금 지급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당 기술은 보험설계사의 고객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실시간 사고접수를 통해 보험금 지급 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이 결코 사람과 사람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금융플랫폼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비즈니스의 확장을 시도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금융거래 확산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력이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면,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의 성공요인은 오히려 신뢰와 소통일 것이다. 금융플랫폼을 찾는 회원간의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투자관련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고, 이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 소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설 네트워크 회원의 정보와 신용을 활용하는 소셜 트레이딩, 소셜 크라우딩 보험,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공동체 보증대출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금융서비스가 거래비용을 낮추고, 투자수익률을 제고시킬 수 있는 혁신적 금융서비스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은 전통적으로 휴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아날로그식 금융에서 디지털 금융으로의 변화가 금융업 본질인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훼손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시되고 있다. 과거 금융거래가 금융기관과 고객간의 이차원적(two-dimensional) 소통에 머물렀다면, 디지털 금융에서는 플랫폼 회원과 회원간의 다차원적(multi-dimensional) 소통을 강조한다. 결국, 디지털 금융의 차별적 경쟁력은 인종, 종교, 성별, 세대별 특징과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확보에 있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들은 대체로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결론적으로 디지털 금융의 편의성이 디지털 기술 발전에서 나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신뢰와 소통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디지털 금융의 본질임도 엄연한 사실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금융거래의 접근방식, 시간, 장소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금융업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