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675 호 [사설] 교육현장의 혁신이 필요한 때

  • 작성일 2019-05-30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498
이해람

2016년 세계 경제포럼에서 등장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담론을 양산해 냈다. 제1차 산업혁명의 혁명적인 변화 후 기존의 산업에 테크놀로지가 결함된 4차 산업혁명의 담론은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이거나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을 동시에 가져왔다. 그 와중에 4차 산업혁명 담론이 가장 첨예하게 대두한 곳이 학교 교육, 그중에서도 대학교육의 현장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학령인구의 감소, 급변하는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대응해 대학교육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모색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래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개편과 전공의 벽을 뛰어넘는 학사제도, IT기술과 전통학문의 융합, 학사구조의 개편 등을 통해 대학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내적 요인이든 외적 요인이든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어 그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읽고 대응해야 하는지가 급선무인 상황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오늘날 대학교육 현장이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고, 교육의 내용이 변화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커즈 와일이 2005년에 내놓은 미래예측보고서라 할 책 「특이점이 온다」는 미래사회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이 예측한 과학기술이 현재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보여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양자인간」 같은 과학소설의 예측을 뛰어넘는다. 인간이 창조한 기술이 특이점의 시대에 오면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심지어는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봇공학 덕분에 인간은 생물학적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기계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고, 인간을 넘어선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2045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커즈 와일이 말한 강한 인공지능의 도래시점은 그의 예측 이후 근 20여년이 가까워오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2045년이 아니라 그보다 더 가까운 근 미래의 우리 앞에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우리의 대학교육현장은 교육내용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이 더 이상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진 이상 고등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길러야 할 능력들은 과거에 배웠던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대학교육에서 낡은 강의노트로 대변되는 도제적인 지식의 전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 대신 급격한 기술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내용의 변화와 구성원들의 변화가 따라야할 것이다. 현재 대학교육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탐색능력, 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협업능력 윤리의식 강화 등의 교육일 것이다. 이견이 있지만 수많은 교육공학의 방법론들을 적용한 다양한 교육방법의 모색 역시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교육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교육의 현장이 과연 기술발전에 대응할 미래 사회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학문의 탐구보다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의 변화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 할 것을 요구받는 교수자들의 피로감과 입시와 경쟁에 길들여진 학습자의 등장이 그 이유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입시경쟁에 노출된 학습자들의 무기력과 퇴행적인 사고능력은 놀랍게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최근의 학습자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협업능력을 요구하는 팀플, 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문제해결능력 중심 수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대신 교수자의 강의를 선호하며, 창의적인 사고보다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따르려는 온존적인 경향, 객관식 문제나 경쟁을 통한 상대평가가 공정하다는 인식 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초중고의 교육과정이 학습자중심, 과정중심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오늘날 대학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글을 읽을 수 있지만 텍스트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실질문맹률이 OECD국가들 중 매우 높다는 사실은 퇴행적인 교육 현장의 실상을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인간이 기계가 되고 기계가 인간이 되는 미래 변화의 시점인 특이점을 넘어선 시대,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포스트 휴먼의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그리고 교육의 현장에서는 대학의 구조와 교육의 변화에 대한 정책적인 요구와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제도적인 변화와 함께 강한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기술발전을 대신할 수 있고, 미래사회의 창의적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위한 현장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