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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2 호 [기자석] 당신의 불편함도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 작성일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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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24
이희수

 부천에 사는 나는 매일 학교를 가기 위해 남영역을 이용한다. 남영역은 국민대와 상명대를 다니는 친구나 직장인들이 학교나 직장을 가기 위해서 늘 붐비는 곳이다. 사람들은 버스를 탈 때에 자리를 앉기 위해서 새치기를 하거나 뒷문 승차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부딪혀 다치거나 서로 기분이 나쁜 경험이 빈번했다. 나 그리고 함께 등교하는 친구 또한 새치기하는 사람을 보면 등굣길부터 기분이 나빴다. 행복해야 할 등굣길인데 시작부터 기분 나쁘게 등교하지 않고 좋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평소 다른 정류장을 이용할 때에는 버스마다 줄 서는 라인이 있어서 줄 대로 들어가며, 새치기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방법을 이 문제에 대안으로 적용하여 줄 라인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안을 실행하는 것은 막연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페인트를 사서 직접 그릴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 땅이 누구 소유의 땅인지 몰라서 허락을 받지 않고 그리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함께 고민해줄 친구가 있어서 든든했다.그렇게 함께 고민하던 중 남영역은 용산구에 있는 땅이니 일단 용산구의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생각을 했다. 어떻게 연락이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용산구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는 것과 용산구청장님 sns 문자로 이야기를 남기는 것을 생각했다. 후자의 방법은 사실 구청장님이 안 보실 거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그런데 문자를 보내고 하루가 지난 후 바로 구청장님께 답장이 왔다. 용산구에서 직접 줄을 그려줄 테니 와서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바로 찾아뵐 시간을 잡았다. 용산구청에 가서 용산구청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담당자분과 함께 준비한 ppt로 남영역의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말씀드렸다.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시고 변화까지 약속해주셨을 때 정말 꿈만 같았다. 그리고 한 달 후 남영역에 줄이 생겼다.처음 생겼을 때는 남영역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줄이 익숙하지 않은지 줄을 서는 사람보다 그냥 막 서있는 사람이 더 많아서 “어떻게 줄을 알리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남영역의 줄을 보신 학우분께서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줄이 생겼으니 줄을 지켜달라’라는 글을 올리면서 많은 학우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한두 명이 줄을 서다 보니 다른 분들도 서기 시작했다.
아침에 통학을 할 때 줄을 지켜주는 학우들을 보면 기뻤고, 새치기 없이 시작하는 통학이 행복했다. 이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짧은 기간이었다. 그냥 내가 불편해서 시작했고, 고맙게도 그런 문제점을 함께 공유하던 친구들이 있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잘 지켜주는 학우들 덕분에 우리들의 노력이 의미있게 되었다.
이 일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누구나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불만을 갖는다. “여기는 왜 이리 깜깜할까?”, “이 시설은 이렇게 변화하면 사람들이 더 편안할 텐데” 등이 있다. 변화는 우리가 느끼는 불만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느꼈다. 소소한 나의 불편함에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변화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자신의 불편함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과거의 나도 작은 불평, 불만으로만 끝냈다면 이러한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의 불평을 당신의 손으로 바꿔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