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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2 호 [교수칼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 작성일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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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287
이해람

오성호 교수 (공공인재학부)


인간은 항상 꿈을 꾼다. 무한한 희망과 행복을 주는 길몽, 몸서리치게 겁이 나는 악몽.....


꿈 하나. 먹고 살 것이 없었던 1960년대 어느 해 1월1일에 한 만화가가 어린이들이 보는 잡지에 21세기의 희망을 그린 만화를 그렸다. 잡지를 펼친 어린이 눈에 그려진 미래세계는 그야말로 풍요와 즐거움의 세계다. 사람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해야 할 생산활동은 기계가 다 해준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자원, 심지어 에너지도 과학의 힘에 의하여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은 편히 삶을 즐기면 된다. 그 옆에는 충실한 로봇이 주인의 지시에 따라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 때 어린이 눈에 가장 남는 장면은 제주도 목장으로부터 우유가 수도관을 통해 모든 가정에 공급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유로 목욕도 할 수 있다. 얼마나 마음을 넉넉하고 행복하게 해주던지....


또 하나의 꿈. 1995년 4억6천만달러를 벌어들인 영화 ‘매트릭스’가 세상에 나왔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살면서 꿈을 꾼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인지,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현실인지... 주인공이 살고 있는 2199년의 실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가 지배하는 세계이다. 기계는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고, 움직인다. 강제로 부숴지지 않으면 영원히 산다. 그 시대의 인간은 기계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생체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다. 기계(인공지능)는 인간으로 하여금 200년 전에나 있었던 먹고 마시고 일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꿈) 속에서 지내게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는 선택한 인간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고, 그 인간은 소멸한다. 그러한 암울한 현실을 깨달은 소수의 인간이 기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저항운동을 벌이지만, 늘 쫓기고, 고달프고, 공포에 질려있다.


1960년대에 유토피아적인 21세기를 그린 만화는 지금 찾기가 어렵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유토피아는 아니라도 매우 낙관적인 미래를 그린 이정문화백의 만화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놀랍게도 그 만화에서 예측한 미래는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한 가지만 빼고는 다 이루어졌다. 전화기라기보다 컴퓨터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핸드폰, 화상통화, 원격진료, 전기자동차, 움직이는 도로 등등... 


2199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몇몇 미래학자가 특이점이 온다고 외치고 있다. 특이점은 기계의 능력이 인간을 초월하는 시점이다. 이들은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도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수적 조건인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초기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에 못지않게 직업의 내용이 달라지는데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 혹은 심지어 사람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한 강연의 말미에 미래는 인류가 ‘신들과 쓸모없는 사람들’의 두 부류로 구분될 거라는 간단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 신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기계가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주는 능력을 가진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창출되는 부도 독점한다. 반면에 쓸모없는 사람들은 생산에 기여할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잉여 인간들이다. 그래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다고 보는 미래학자들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서 인류 전체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꿈이 아닌 이야기 하나. 2019년 3월 말미에 따뜻한 봄볕과 미세먼지 사이를 거니는 많은 젊은 인간들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그들은 ‘자기’와 ‘자기들’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나이 많은 인간 하나. 그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한가로이 남은 시간을 보내나? 아니면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할까? 아비로부터는 그럴듯한 세상을 넘겨 받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