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671 호 [교수칼럼] 삶의 여정과 목표

  • 작성일 2019-03-20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244
이해람

삶의 여정과 목표신입생들이 입학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나요? 재학생 여러분들은 학년이 올라가고 후배는 늘었는데 대학생활을 잘 꾸려가고 있나요? 친구들과 여행갈 때면, 누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짐을 꾸리지요? 대학생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생의 경우를 예로 들어 얘기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졸업한 고등학교까지의 생활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남들이 제공해 주는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고 공부를 하면 됐습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동적으로 쫓아가고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리라 봅니다.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학교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철철 넘치는 시간과 자유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입시공부하면서 꿈꾸었던 여유와 자유를 이제 얻었는데 왜 만끽하지 못하고 고민에 휩싸여 있을까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 나간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주어진 여유와 자유를 감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 스스로 계획하고 일구어 나가야 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삶을 만들어 나간다는 적극적인 사고와 실천의지가 필요합니다. 입시공부 할 때처럼 수동적으로 수업만 듣는 대학생활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수업에는 수많은 조별활동과 발표가 있고, 수업 외에도 학생회·동아리·소모임 등 활동할 공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때마다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이 열려 문화적 욕구를 충족해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갖가지 활동거리들을 통해서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학년이 되어서도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몰라 답답해하기 전에 1학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면 서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자질을 일깨워 보면 좋겠습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확립하는 것도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소통할 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학생회 임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생들의 참여도가 급격히 떨어져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행사를 못해서 걱정이기도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학생들의 편향된 개인주의입니다. 젊음의 열정을 자기 혼자만의 좁은 테두리 안에 가두지 말고 동기·선후배들과 어울리는 대인관계 속에서 발산해 보기 바랍니다. 그렇게 할 때, 혼자 할 때보다 훨씬 큰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장래희망이 뭐냐?’, ‘삶의 목표가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럴 때 뭐라고 대답하나요? 보통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부자가 되는 것이 내 삶의 목표라고 해 봅시다. 그러면 부자가 되기까지 내 삶의 과정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그야말로 과정일 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 과정 한 과정이 모두 내 삶입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모두 다 내 삶이라는 얘기지요.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는 내 삶에 동기부여를 해 주고 추진동력이 되어 주지만 그것만을 향해 질주해 나간다면 힘겨움의 연속일 겁니다. 힘겨움 끝에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허탈해지거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또 다시 질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도 내 삶의 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작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이루어나가는 성취감을, 수시로 닥치는 힘든 일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가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면 우리 삶의 행복지수는 한층 높아질 겁니다. 여행을 할 때, 목적지에서 인증샷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삼는 것은 반쪽짜리 여행이지요. 출발지에서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에서 만나는 가지가지 인정풍물들이 여행을 풍요롭게 하고 재미있게 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생활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여정으로 여기지 말고 여정이면서 목표라는 생각을 가지고 젊음의 열정을 발산하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요? 혹시 대안 없이 안주하고 있거나 현실을 원망하면서 차일피일 하고 있지는 않나요? 현실의 무게가 우리 어깨를 짓눌러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한 발 두 발 내딛다 보면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샘물도 만나게 될 겁니다. 나른한 베짱이의 편안함보다는 부지런한 개미의 성취감을 생각하기 바랍니다. 


대학시절은 비유하자면 꽃나무의 개화기와 같습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시절이 지금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의 시기이지요. 이런 시절을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만 보내기는 너무 아깝습니다. 꽃을 피우려면 가장 꽃답게 피워야 그 열매도 튼실합니다. 땅으로부터 갖은 영양분을 골고루 빨아들인 나무가 탐스러운 꽃을 피우듯이 여러분도 대학생활을 통해서 부지런히 삶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바랍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듯 꽃다운 여러분의 청춘 여정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최상은 교수 (한국언어문화학과)